의사와 한의사 골 깊은 갈등이 이번에는 명칭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한의사협회가 “의사를 ‘양의사’라고 지칭해야한다”고 주장하자 의사협회가 “그럼 한의사는 중국의사냐”며 반박한 것이다.

대한의사협회(의협)는 2일 성명에서 “양의사, 양의학이라는 표현은 옳지 않다”며 “한의사협회는 근거 없는 인신공격성 의사 폄하 발언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한의사협회는 지난 27일 설명자료에서 “양의사와 양의학 만을 의사와 의학으로 지칭하는 것은 틀린 표현”이라며 “한의사와 양의사, 한의학과 양의학, 한약과 양약으로 불러야한다”고 주장했다.

한의사협회는 “한의와 양의로 의료가 이원화 돼 있지만 명칭조차 제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일제시대 이후 양의학이 한국에 이식됐고 잘못된 인식이 오늘까지 이어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또 “의사는 한의사와 양의사, 치과의사를 통칭하는 중립적인 단어”라며 “국어사전에 서양의 의술을 베푸는 사람이라는 뜻의 양의사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그러자 의협이 즉각 반발한 것이다. 의협은 성명에서 “의료법이나 그 어떤 법률에도 ‘양의사, 양의학’이라는 표현은 없다”며 “의사를 ‘양의사’라고 하면 한의사는 중국산 의사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또 “한의협 주장대로 지칭한다면 대중음악과 클래식 음악가들은 모두 ‘양음악가’이고 야구선수들은 ‘미국야구선수’라고 불러야 하는가”라며 “한의사들은 한방의 세계화·과학화를 통해 국민들에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티즌들은 두 단체의 감정 싸움이 유치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두 단체는 최근 CT 엑스레이 등 의료기기 사용을 놓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명칭 갈등은 나빠질 때로 나빠진 감정 싸움의 연장선상으로 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무슨 초등학생도 아니고 왜 이렇게 유치찬란한 진흙탕 싸움을 벌이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머리 좋은 사람들끼리 내는 성명이 너무 유치해서 볼 수가 없다”는 반응을 남겼다.

“한의사님 말씀하시는 대로 서양에서 들어온 학문은 전부 양자를 붙여 양물리, 양생물, 양화학, 양기술, 양음대, 양미대로 부르고 한국에서 시작된 것은 한물리, 한생물, 한화학, 한기술, 한음대, 한미대로 부르자”는 식의 조롱 댓글도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