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중의사로서 바라보는 한중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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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의료시장이 개방되어 중국인 중의사들이 한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또한 한의사가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된다면?

답답한 마음에 이 문제에 대한 그동안의 생각을 정리해보았다.

난 한의사들이 중의사들의 한국진출 보다는, 한의사들이 넓은 중국시장에 진출해서 어떡하면 성공할 것인가를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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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중의사들의 진입문제 부터 따져보자.

중의사들이 외국으로 나가려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그것은 중국보다 더 자유롭고 자녀교육에도 좋으며 사회복지가 잘되어 있는 나라에서, 자신의 꿈을 펼치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이들에게 그러한 조건을 충족시켜줄 만큼 매력적인 나라인가?

한국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다는 장점이 있지만 미국, 호주, 캐나다 그리고 유럽의 선진국과 비교할 때 그다지 매력적인 나라가 못된다. 그리고 이들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는 한의사가 있기 때문에 작은 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또한 현재 중의약의 해외진출은 외국에 거주하는 화교를 주요대상으로 하여 전파되고 있다. 그래서 화교가 많이 거주하는 나라로 진출하고 싶어한다. 언어의 문제가 가장 크고 그리고 (돈 많은)화교가 많아야 영업도 편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로든 진출이 가능한데 왜 굳이 한국을 선택하겠나....다른 나라와 비교할 때 한국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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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에 진출한 많은 외국기업들이 하나둘 공장을 다른 나라로 옮기려 한다. 가장 큰 이유는 임금이 상승하였고 노동법이 강화되었기 때문이다. 십여년전만 해도 북경에서 살기 참 좋았다. 임금도 싸고 생필품이며 모든 것이 헐값이라 살만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다르다. 내가 자주 가는 짜장면집 철가방도 월 70만원은 받는다. 초등학교나 중학교학력의 시골에서 올라온 젊은아이들이....시진핑정부는 노동자임금을 지금의 5배까지 올리겠다고 작년에 공약한 바 있다. 중산층이라는 것을 만들어 보겠단다. 그렇다면 중의사들의 수입은 얼마나 될까? 다른 지역은 모르겠고 내가 있는 북경만 예를 들면, 그 수입은 상상초월이다. 임상석사과정을 마치고 병원에서 2년정도 근무하면 주치의사시험 자격을 준다. 주치의사자격을 가지면서 자신이 검사오더를 내리고 직접 처방(서약, 중약)을 하게된다. 월급은 적지만 이 처방과 오더에 붙는 수당이 장난이 아니다. 나와 학교에서 같이 공부하던 중국동기생들....그들의 증언에 의하면 이들 2-3년 경력의 주치의사의 월수입은 적게 잡아도 500-700만원 이상이라고 한다. 전체 중의사들로 보면 이들은 30대초반의 신참에 속한다. 경력이 쌓인 부주임, 주임의사들의 월수입은 보통 2천만원 이상이다. 물론 북경의 경우이다. 아무래도 지방은 이보단 수입이 다소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수입의 대부분이 검사료와 약재비에 따른 수당이기 때문에 그 차이가 크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수입을 밝히기 꺼려하기 때문에 통계조사를 통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또한 중의사들이 외국으로 일정기간 나가게 되면 병원내 근무경력이 짧아 주임의사로 진급하는데 불리하다. 이러한 것을 감안할 때 이들이 한국에 진출하려면 한국에서 최소한 그 이상의 충분한 수입을 보장해줘야 할 것이다. 한국에서 그런 임금을 지불하면서 통역이 필요한 그들을 고용할 수 있겠나?

한국의 뉴스를 보면서 답답한 부분이 이것이다. 중의사들의 실질적인 수입은 따져보지 않고 기본급만 따져서 그들이 똥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줄로만 아는 것 같다. 그래서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벌떼처럼 한국으로 진출할 걸로 착각하고 있다. 중의사들이 진출하기에 한국은 부적합한 곳이다. 따라서 한국으로 진출할 중의사는 그 수가 적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중FTA협상을 대비한 자료들이 언제 준비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현실을 직시한 제대로 된 조사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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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인 중의사는?

1993년부터 수만명의 한국인 유학생들이 중국에 중의학을 공부하러 왔다. 하지만 중국에서 중의사자격증을 취득한 수는 많지 않다. 북경중의약대학의 경우 중의사자격을 취득한 한국인은 100여명 안팎이다. 전국적인 한국인 중의사 총수는 500여명정도라고 예상한다. 이들 중에 대다수는 이미 다른 나라에 정착하였거나 이미 다른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별로 기대도 하고 있지 않지만, 설사 한국에서 이들에게 권리를 부여한다고 하더라도 한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의 사람은 얼마 안된다. 한국으로 들어갈 것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대개가 한국에 있는 부모님을 봉양하기 위해서이지 경제적측면만 보면 한국에 들어갈 이유가 많지 않다. 오히려 중국에 있는 한국인 중의사들은 한중FTA를 통해 한국의 좁은 시장에 들어가 머리 터지는 것보다는 중국에서 내국인과 동등한 대우로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길 더 기대하고 있다. 한국인 중의사가 언론에서 떠들 듯 그렇게 엄청난 숫자도 아니고 한국에 들어가려고 혈안이 되어있는 것도 아니라는 말을 하고 싶다. 사실 한국시장은 매력을 잃은지 오래다. 

반대의 경우를 따져보자. 양국의 시장을 놓고 보았을 때 의료시장개방은 중의사보다는 한의사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본다. 나는 한의약의 세계화는 곧 중국진출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큰 전통의약시장이 중국에 있다. 중국에 진출해서 성공하면 중국이 공사중인 세계화 고속도로를 타고 전세계로 나갈 수 있다고 본다. 세계화의 지름길이다. 작은 시장을 가진 사람들이 왜 큰 시장으로의 진출기회를 거부하는지....앞에서 언급했지만 작은 시장으로 들어올 사람도 많지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다. 한의사들은 중국내 의료시장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적은 것 같다. 어쩌면 그래서 주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중국의 의료정책과 시장환경을 정확히 분석하고, 경쟁력 있는 전략을 마련하는 일들이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내 관점으로는 한의학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거시적 안목을 가지고 시장개척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으며, 그에 필요한 사항을 협상을 통해 미리 정지작업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